
장례 일을 하다 보면 처음 겪는 상황이 생깁니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처음인 건 처음입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였던 필리핀 근로자 화재사고 사망시신 본국 송환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망했을 때 시신을 본국으로 보내는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현장에서 직접 겪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정리합니다.
외국인 사망 시 시신 처리 방식 비교
| 구분 | 화장 후 유골 송환 | 시신 그대로 송환 |
|---|---|---|
| 적합한 경우 | 화장 문화권 (중국, 일본 등) | 매장 문화권 (필리핀, 동남아 일부) |
| 필요 절차 | 화장 후 유골함 포장 | 엠바밍 처리, 관 밀봉 |
| 필요 서류 | 영문 사망진단서, 화장 증명서 | 영문 사망진단서, 검시필증, 사건경위서, 공증 등 |
| 비용 | 상대적으로 저렴 | 엠바밍·항공 운구 비용 추가 발생 |
| 난이도 | 비교적 간단 | 복잡, 전문 업체 필요 |
상조회사 팀장에게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상조회사 팀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외국인 사망 장례 의뢰가 들어왔는데 본인이 바빠서 직접 처리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큰 광주의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났는데 규모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공장 자체도 피해가 심했고 여럿이 다쳤는데, 그중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어 화상 전문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했습니다. 상태가 위중하여 사망하면 연락 주겠다고 합니다.
며칠 후 연락이 왔고, 모시고 와서 보니 화상이 엄청 심했습니다. 살아계셨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지, 그 앞에서 저도 잠깐 멈췄습니다. 이름은 '게리'였고 서류를 보니 나이는 20대였습니다. 딱 봐도 젊은 나이였어요. 필리핀에서 정식 취업비자로 입국해 공장에서 일하던 분이었습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필리핀에서 아내분이 오셨습니다. 남편이 공장 화재로 사망했으니 산재(산업재해) 처리 대상이었고, 사건 처리를 위해 직접 입국하셨다고 했습니다.
필리핀은 화장을 하지 않습니다
보통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망하면 화장 후 유골을 본국으로 보내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저도 그 방식은 몇 번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필리핀은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가톨릭 전통상 육신의 부활을 믿기 때문에 화장보다 매장을 선호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화장은 꺼리는 경우가 많고, 고인을 있는 그대로 땅에 모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그대로 입관해 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자주 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엠바밍이란 무엇인가요
시신을 항공편으로 이송하려면 엠바밍(Embalming,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 처리를 하는 절차)이 필수입니다. 엠바밍은 시신의 혈액을 빼내고 그 자리에 방부액을 주입해 부패를 늦추는 의료적 처치입니다. 일반적으로 장의사나 전문 의료인이 진행하며, 처리 후 시신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일반 장례에서는 엠바밍을 하지 않습니다. 화장이나 매장까지 시간이 짧고, 냉장 안치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항공 운구를 위해서는 장거리 이송 중 부패를 막아야 하므로 엠바밍이 필수입니다.
국내에 엠바밍 전문 업체가 많지 않아 수소문 끝에 전문 업체를 찾아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일이라 다른 상가의 입관을 피해 저녁때부터 시작한 작업이 밤 10시가 다되어 끝난 것 같습니다. 엠바밍을 마친 뒤에는 관을 완전히 밀봉하고 실리콘 처리까지 완벽해야 항공사에서 운구를 허용합니다.
서류와 절차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엠바밍과 입관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항공편으로 시신을 이송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상당했습니다. 영문 사망진단서, 검시필증, 사건 경위서, 공증 서류까지 하나씩 챙겨야 했습니다. 국내 장례와는 완전히 다른 절차였습니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항공사에서 운구를 거부하거나 현지 입국이 막힐 수 있어 꼼꼼하게 확인하며 진행했습니다.
항공사마다 시신 운구 규정이 다릅니다. 아시아나 항공 기준으로 관 밀봉 방식, 서류 준비, 포장 기준 등을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본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며 잘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을 처리했습니니다.
입관과 밀봉을 마친 뒤 편도 3시간 거리인 인천공항까지 직접 운구차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항공사 담당자와 인계 절차를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비행기에 오르는 관을 보면서 이제 집으로 가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 드립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망하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사망신고와 행정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만 시신을 본국으로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추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고인의 국적과 본국의 장례 문화를 확인해야 합니다. 화장 문화권이라면 화장 후 유골을 항공편으로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매장 문화권이라면 엠바밍 처리 후 관을 밀봉해 항공 화물로 이송합니다. 이 경우 영문 사망진단서, 검시필증, 공증 서류 등 본국 현지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해야 합니다.
주한 대사관을 통해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면 외국인 시신 송환 경험이 있는 장례지도사나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씁쓸했습니다
장례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산재 급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 부부가 따로 살고 있었는데 돈을 받으러 일부러 왔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제가 판단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씁쓸했습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분 앞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 배우자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회사와 산재 합의을 진행한 뒤, 자기는 따로 출국한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시신 본국 송환은 국내 장례와 절차가 많이 다릅니다. 처음 해보는 상황 앞에서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로 오셨든, 어떤 상황에 놓이셨든, 고인을 정성껏 보내드리는 것. 그것이 장례지도사의 엄숙한 책무이고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화상으로 그을렸던 그 젊은 외국인 노동자의 시신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부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 병원사망과 자택사망 절차 차이가 궁금하신 분들은 병원사망 vs 자택사망 장례절차 차이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장례 절차 전체 흐름이 궁금하신 분들은 장례절차와 순서 한눈에 완벽 정리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출처
·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
※ 본 콘텐츠는 장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정보 공유 글입니다. 개개인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장례 준비 시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진행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