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장례식장 현황 모니터입니다. 어떤 호실에 어떤 분이 입실해 계신지, 입관과 발인 일정이 어떻게 잡혀 있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영정사진도 함께 뜹니다.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입니다. 백발이 성성하거나 주름이 깊은 얼굴들. 그런데 가끔 유독 젊은 사진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춥니다. 어쩌다 돌아가셨을까. 얼마나 젊으셨을까. 남겨진 가족은 얼마나 어릴까. 모니터 앞에서 잠깐 멈추는 그 순간이 있습니다.
호상과 악상 차이 한눈에 보기
| 구분 | 호상(好喪) | 악상(惡喪) |
|---|---|---|
| 상황 | 충분히 오래 사시고 편안하게 가신 경우 | 갑작스럽거나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나신 경우 |
| 분위기 |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분위기 | 무겁고 감당하기 어려운 분위기 |
| 상주 상황 |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된 경우 많음 | 어린 자녀가 상주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 |
| 장례 준비 | 비교적 여유 있게 진행 | 간소하게 치르려는 경우 많음 |
호상과 악상
장례 현장에서는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씁니다. 충분히 오래 사시고 편안하게 가신 경우를 그렇게 부릅니다. 요즘은 90세가 넘으신 분들도 많아서 그런 상가는 슬픔 속에서도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가 납니다.
반면 악상(惡喪)은 다릅니다. 갑작스럽거나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나신 경우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상주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병원에서 오랜 치료를 받다 오시기 때문에 치료비로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최소한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빈소를 마련하고 부고를 돌리면 주변 지인들의 도움이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발인하는 날쯤에는 처음보다 한결 편안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장례지도사 입장에서는 특히 갑작스러운 사망 장례를 치를 때 신경이 더 많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오래 기억에 남는 상가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입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3~4시간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 국립암센터에서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대전까지 이동하려면 3~4시간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영정사진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젊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상주가 1995년생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상주가 여섯 살 때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돌아가신 겁니다. 서른을 갓 넘긴 아들이 두 번째 장례를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식을 빨리 올렸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의 결혼식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병원에 계시는 동안 급하게 식을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습니다. 어머니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그 아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서류에 사인도 못 할 만큼
장례식장 사용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아들이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서류에 사인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어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말없이 옆에 있었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며느리가 꼼꼼하게 모든 절차를 살폈습니다. 남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 조용히 옆에서 챙기는 모습이 참 든든해 보였습니다. 입관도 잘 마쳤습니다.
손을 꼭 잡고 나오던 모습
화장을 마치고 시립납골당에 어머니를 봉안했습니다. 납골당을 나서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손을 꼭 잡고 걸어 나왔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잃고, 서른 초반에 어머니까지 보낸 아들. 그 옆에서 끝까지 함께한 며느리.
문득 나중에 태어날 손주들이 할머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할까, 또 할머니는 손주들을 얼마나 안아보고 싶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당신이 끝까지 돌봐주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아들과 며느리 때문에, 어머니 역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장례지도사로 오래 일하다 보면 이런 장면들이 쌓입니다. 말로는 다 전하기 어려운 서글픈 마음들이. 영정사진이 젊을 때 유독 신경이 쓰이는 건, 사진 뒤에 가만히 숨어 있는 이런 이야기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장례식장 상주 역할이 궁금하신 분들은 장례식장 상주 역할 완전 정리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장례지도사가 이 일을 시작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장례지도사가 된 진짜이유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출처
·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
※ 본 콘텐츠는 장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정보 공유 글입니다. 개개인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장례 준비 시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진행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