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의 장례식 날, "사람을 많이 불러야 할까, 아니면 우리끼리 조용히 모셔도 괜찮을까" 하는 물음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게 됩니다. 요즘 가족장(가까운 가족과 친지만 모여 치르는 작은 규모의 장례)을 택하는 분이 부쩍 늘었는데, 막상 마음을 정하려니 "이렇게 해도 결례가 아닐까" 싶으셨을 겁니다. 이 글에서는 가족장이 늘어나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가 현장에서 본 그대로 짚어보려 합니다.
가족장이 느는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가족 자체가 작아졌고, 보여주기식 장례에 대한 회의가 커졌으며, 고인을 차분히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비용 부담도 분명 한몫하고요.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 소규모 장례 방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무빈소 장례방법 비용 및 실제 절차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족 구조가 작아진 영향이 가장 큽니다
예전엔 한 집에 자녀가 넷, 다섯이 흔했습니다. 발인 날 형제자매와 그 식구들만 모여도 빈소에 빈자리가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자녀가 하나둘인 핵가족(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작은 가족)이 보편화됐고,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크게 늘었습니다. 모일 수 있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몇 해 전, 따님 한 분이 어머니를 모시러 오셨습니다. 형제도 없고 아버지도 먼저 가신 터라 빈소를 지킬 사람이 본인 뿐이라고 하시더군요. 큰 장례식장에서 사흘을 혼자 버틸 자신이 없다며, 작게 모시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규모를 줄인다는 건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게 만든 경우가 더 많거든요.
18년 현장 경험 기준으로 보면, 가족장을 문의하는 분들의 절반 가까이는 "오실 손님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가장 먼저 꺼내십니다. 가구가 작아지면 장례 규모도 자연히 작아집니다.
허례허식보다 진짜 작별을 원하는 마음
장례를 크게 치르면 마음이 더 놓일까요.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손님 맞느라 정작 고인 곁에 앉아 있을 틈이 없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음식 챙기고 인사받고 봉투 정리하다 보면 사흘이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그러고 나면 "제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라고 뒤늦게 말씀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허례허식(실속 없이 겉모습만 차리는 관습)을 덜어내고, 식구끼리 조용히 머무는 시간을 택하는 분이 늘었습니다. 한번은 아버지를 보내드린 아드님이, 빈소에 식구들만 둘러앉아 옛날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밤을 부모님을 추억소환 하셨습니다. 화환은 단출했지만 그 빈소가 유난히 따뜻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게 한다고 슬픔이 줄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인을 향한 마음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잘 보내드렸다는 느낌은 규모가 아니라 함께한 밀도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장례 비용과 조문 문화에 대한 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따라 오릅니다. 빈소 임대료에 접객 음식, 화환과 부대 비용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만만치 않거든요. 여기에 조의금을 주고받는 품앗이 문화에 피로를 느끼는 분도 늘었습니다.
제가 만난 한 상주분은 "받은 만큼 언젠가 다 갚아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부고도 가까운 분께만 알리고, 장례 비용도 식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단출하게 치르셨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장례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견딜 수 있는 장례를 택한 셈입니다.
사실 이 대목은 저도 한참 망설였던 부분입니다. 비용을 줄이라는 말이 자칫 성의 없이 들릴까 봐서요. 그래도 무리해서 빚을 지는 장례보다, 형편에 맞춰 마음을 다하는 편이 고인께도 덜 미안한 길이라고 봅니다.
▶ 장례 비용 전체 구조가 궁금하신 분들은 장례 현실 비용 총정리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이후 굳어진 작은 장례 인식
몇 년 전 감염병이 길게 이어지면서, 사람을 많이 모으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때 어쩔 수 없이 가족끼리만 조용히 치렀던 경험이, 지금은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막상 해보니 나쁘지 않더라는 분이 많았거든요.
그 무렵 한 가족은 멀리 사는 친척에게 영상으로 빈소를 비춰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직접 오지 못해 미안해하시던 분이 화면 너머로 절을 올리시는데, 그 장면이 지금도 선합니다. 작은 장례라고 해서 마음까지 작은 건 아니라는 걸, 그날 다시 배웠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며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모바일 부고장에 계좌번호를 알려주는게 일반적이 되었고, 크게 알리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식으로 보내드려도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진 거죠. 막막하셨던 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변화입니다.
가족장을 고민할 때 짚어볼 점
결정을 앞두고 무엇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아래 항목을 천천히 짚어보시길 권합니다.
· 부고 범위 : 누구에게까지 알릴지 먼저 정하면 규모가 자연스레 잡힙니다.
· 빈소 규모 : 예상 인원에 맞춰 작은 분향실을 택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 가족 합의 : 형제자매 사이 의견 차이를 미리 좁혀두는 편이 좋습니다.
· 조의금 방침 : 받을지 정중히 사양할지 미리 정하면 당일 혼선이 적습니다.
먼저 부고 범위를 정하고, 그다음에 빈소 규모를 맞추면 흐름이 한결 수월합니다. 이게 끝나면 조의금 방침과 추모 방식을 의논할 차례입니다. 순서를 잡아두면 정신없는 와중에도 일은 장례지도사의 도움을 받아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다는 어느 아버님의 상담전화를 내려 놓으며
근래에 소규모 가족장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장례 절차와 비용을 묻는 전화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상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부모님의 장례를 앞둔 자녀분들이 문의를 주시는데, 수화기 너머로 나이 지긋하신 아버님 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식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주기 싫으시다며 가족장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보시는 전화였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말씀을 명확히 알아듣기 다소 어려웠기에, 제가 조심스럽게 이것저것 자세히 여쭈어보았습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아버님이 자식들을 향한 미안함과 사랑 때문에 당신의 마지막 길을 미리 준비하고 계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궁금해하시는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차근차근 답변을 드린 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나중에 가족분들과도 꼭 함께 상의해 보세요"라고 말씀드리며 통화를 마쳤습니다.
비록 전화선 너머로 나눈 대화였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아버님의 깊은 사랑이 고스란히 엿보여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습니다. 장례 현장에서 수많은 이별을 마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연 나의 마지막을, 그리고 우리 가족의 장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던져보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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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출처
※ 본 콘텐츠는 장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된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정보 공유 글입니다. 개개인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장례 준비 시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진행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