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고를 하루 일찍 보냈습니다.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죠. 빈소도 아직 안 차려진 상태라 상주도 유가족도 빈소에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조문객이 도착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실제 장례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4일장은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아직 영정사진도 안 올라가고 제단도 비어 있는 상황인데, 검은 옷을 입은 조문 손님들이 빈소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계셨습니다.
부고를 하루 일찍 보낸 실수
4일장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빈소를 3일장으로 치르신 상가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자녀가 미국에 계셔서 당일 올 수가 없어 다음 날부터 빈소를 마련한 상가입니다. 기본적인 상담은 해놓고 실제 입실은 다음 날 하기 때문에, 입실할 당시에 부고장을 보내도록 준비해 드립니다.
요즘은 부고 양식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넘기면, 가족들이 각자 자기 폰에서 직접 지인들에게 발송합니다. 편리하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이 상가는 상주들이 급한 마음에 부고장을 먼저 보내서 일이 발생했습니다. 사전에 "절대 가족분들 외에는 부고를 먼저 보내지 마세요. 연락도 없이 먼저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라고 안내를 드렸으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빈소가 준비도 안 됐는데 조문객이 먼저 도착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화환까지 들어왔습니다. 아직 제단도 못 차렸는데 꽃부터 도착하니 상주도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날 서너 분이 조문을 오셨는데, 다행히 다들 고인과 가까운 분들이라 상황을 이해하시고 "내일 다시 오겠다" 하고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으면 서로 민망할 뻔한 장면입니다.
보통 입실 시에 부고를 보내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리지만, 이렇게 하루 정도 안치만 했다가 다음 날 입실하는 상가는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가족 여럿이 각자에 맞추어 부고장을 보내드리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유가족의 이름이 잘못되었거나 일정이 잘못되었어도 수정만 하면 미리 보낸 부고라도 수정되어 보여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문자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로 읽어 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앱에서 수정하면 수정 부분이 바로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문자로 보내는 것은 이제 예전 방식이 되어버린 셈이죠. 요즘 부고에는 장례식장 위치, 약도, 유가족 계좌번호, 장례 일정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4일장 비용, 700여만 원이 적게 나온 이유
이번 장례는 4일장인데 총비용이 700여만 원 정도로 마무리됐습니다. 그중 상조 비용은 330만 원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솔직히 이 규모 장례치고는 적게 나온 편입니다. 고인의 자녀가 3남매에 다들 아직 현직에 계시고, 손자들까지 있는 가족 장례였습니다. 보통 이 정도 가족 구성이면 조문객도 많고 음식이 많이 들어가서 비용이 훌쩍 올라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가족 일부가 외국에 거주해서 국내에 오시는 손님들이 크게 많지 않아 음식비가 절감됐습니다. 음식비는 장례비에서 변동 폭이 제일 큰 항목이라, 여기가 줄면 전체 금액이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장례를 처음 치르는 분들은 흔히 상조 상품 금액이 곧 총비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조에서 정해진 물품과 인력이 들어가는 기본 비용이 있고, 여기에 제단 장식 꽃 추가, 화장장·안치·리무진 같은 실비가 얹힙니다. 이 실비가 유족 상황에 따라 몇백만 원씩 오르내립니다.
장례식장 비용도 별도로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조문 규모가 작으면 음식 비용이 줄고 그만큼 총액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조문객이 많은 장례는 음식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장례식장 비용도 함께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상주들에게 음식을 처음부터 넉넉하게 잡지 말고, 조문 흐름을 보면서 그때그때 추가하라고 권합니다. 장례식장 음식은 대부분 실제 나간 양만큼 정산되기 때문에, 미리 많이 잡아두면 남은 것도 다 비용으로 계산됩니다.
특히 요즘은 조문 문화가 예전 같지 않아서, 가까운 친척 몇 분이 오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상 조문객 수를 보수적으로 잡고 시작한 뒤 부족하면 채우는 편이, 남겨서 버리는 것보다 유족 부담을 줄이는 길입니다.
이번 4일장이 700만 원대에서 정리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조문객은 그게 4일장인지 모른다
또 특이한 것은, 조문객 입장에서는 이게 4일장인지 3일장인지 알 방법이 없고 알릴 필요도 없다는 점입니다. 장례 일수는 고인을 안치한 날부터 셉니다. 그런데 조문객이 보는 건 빈소가 열린 날부터입니다. 안치 기준으로는 4일장이어도, 조문객은 빈소 기준 3일장으로 알고 찾아옵니다.
그래서 부고에 적힌 발인 날짜만 보고 "어, 왜 하루가 비지?" 하는 분들이 종종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유교식 장례는 3, 5, 7일장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바쁜 현대에는 그 형식을 다 맞추어 장례를 치를 수도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때처럼 사망자가 워낙 많아 빈소가 없을 때는 부득이 돌아가신 당일 빈소가 없어 다음 날부터 빈소를 차려 4일장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마찬가지로 사망자가 많아 화장장에 자리가 없어 부득이 4일장을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장례식의 특성을 유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위중하신 환자분이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예약 가능한 상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고, 장례지도사는 시시각각 빈소 상황과 화장장 여건을 확인해 보면서 입실 시 상황을 살펴 장례식을 맞춰 나가야 합니다.
결국 장례는 정해진 공식대로 흘러가는 게 아닙니다. 유가족분들이 원하시는 일정대로 안 되더라도 최대한 이해시키고 나가야 한다는 걸 이번 상가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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